Review Article

(8권2호 71-8)

The Mass Social Trauma and Mental Health of Cambodian

캄보디아인의 집단 외상과 정신건강

Nabin Lee, BS, BA1;Jung-Ah Min, MD1,2; and Jeong-Ho Chae, MD1,2;

1;Catholic Emotion Lab, Catholic Medical Science Institute, Seoul, 2;Department of 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Seoul, Korea

Abstract

The mass social trauma, such as organized violence, wars, oppression by dictatorships and massive terrorist attacks, exposes thousands of people to trauma in a short period of time. Therefore, the mass social trauma is distinguished from individualized trauma, such as a violent attack, rape or a traffic accident in that it results in multiple and extended consequences beyond the individual. During the Khmer Rouge regime, one quarter of the Cambodian population was killed as a result of malnutrition, forced labor and mass killings. Until now, its evil continues to affect Cambodian's physical and mental health problems. Although there is ongoing debate, to date, no consensus has been reached supporting a clear set of recommendations for the intervention and longitudinal study regarding the influence of killing field massacre being too little. And comparative cultural studies, such as comparing the East to West or other Asian cultures are also lacking. This article gives an overview of previous study results about the mental health of Cambodians, and suggests a possible research issue and therapeutic interventions to determine the impact of mass trauma to the members of society and post-traumatic recovery factors.

Keywords

Mass social trauma;Cambodian;Mental health problems.

FULL TEXT

Address for correspondence : Jeong-Ho Chae, M.D., Ph.D., Department of Psychiatry, Seoul St. Mary's Hospital,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505 Banpo-dong, Seocho-gu, Seoul 137-701, Korea
Tel : +82-2-2258-6083, Fax : +82-2-594-3870, E-mail : alberto@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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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질병, 가까운 사람의 죽음, 성폭행 등과 같은 개인 외상(personal trauma)과는 달리 전쟁, 테러리스트의 공격, 독재정권의 탄압, 대학살과 같이 조직화된 폭력 등의 사회적 차원의 집단외상(mass social trauma)은 매우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외상에 노출되도록 만든다. 이러한 집단외상은 전반적인 사회 기능 뿐 만 아니라 사회 내 개개인의 일상과 신체-심리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1 그 중에서도 오랜 내전과 집단 학살(genocide)과 같이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거하려는 대재앙의 경우, 그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할 뿐만 아니라 갈등과 사건이 종결 된 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고, 그 부정적인 영향이 다음 세대에 까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집단 외상(mass trauma)이나 개인 외상에 비해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장기적인 관찰과 개입이 필요하다.2
집단 학살은 한 집단원들이 국가, 민족, 인종이나 종교 집단 일부나 전체를 파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집단의 구성원들을 죽이거나,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해를 가하거나, 의도적으로 신체적 훼손을 가져올 수 있는 삶의 조건들, 갈등과 충돌의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거나, 집단 내 출생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거나 강제적으로 한 집단 내 아이들을 다른 집단으로 이동시키는 등의 일을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3
사회적 차원의 집단 외상 사건들 중에서도 집단 학살에 대한 연구는 대표적으로 유대인, 캄보디아 킬링필드, 르완다, 옛 유고슬라비아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심리학에서는 주로 집단 외상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집단 외상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측정하며 어떤 측정치를 사용할지, 그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한 개인의 일생이나 한 사회의 정신건강상태에 혹은 세대를 거쳐 어떤 기전으로 진행되는지, 사건을 겪은 집단의 사회 문화적 특성이 어떤 방식으로 증상과 회복에 반영되는지 등 여전히 집단 학살과 같은 사회적 차원의 집단 외상 사건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구체적인 심리변인들을 통해 경험적으로 확인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부족한 실정이며, 때문에 정확한 실태조사와 적절한 치료개입에 한계가 있다.
본 종설은 자연재해를 제외한 학살, 전쟁 등 집단 외상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외상 후 회복 요인을 확인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국가 중 집단 학살 사건이 발생하였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사건과 캄보디아 주민의 정신건강에 관한 기존 연구결과들을 검토하고 향후 가능한 연구들과 치료 개입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캄보디아의 갈등과 폭력적 역사

캄보디아는 1900년대 초 프랑스의 식민지 시대와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친 오랜 내전,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약 4년간의 크메르 루즈 집권기(Khmer Rouge : KR)에 의도적으로 자행된 캄보디아의 모든 사회 구조망의 파괴, 집단학살과 기아, 강제노역 등 정신적 외상의 오랜 역사를 겪어왔다. 이로 인해 캄보디아인들이 겪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의 잔재는 지금까지도 캄보디아 사람들과 사회에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KR 시대에 가장 피해가 극심했다.4,5 당시 KR의 리더인 폴 포트는 전 국가를 "마오이스트 집단주의의 극단적인 형태"인 농민 천국으로 개조하고자 기존의 산업시설들을 파괴하였고 모든 도시 국민을 농촌으로 추방해 농민화하였으며 특히 기존 정권의 정치인과 승려, 지식인, 반 KR 성향의 사람들을 모두 학살하고자 하였다. 또한 심리적으로 장악하여 사람들을 억압했는데 예를 들면, 종교를 가지거나 책을 보거나 라디오를 듣고 음악을 연주하고 듣는 일 뿐 만 아니라 웃는 것, 감정을 드러내는 것, 우는 일까지 금지시켰고 기존의 모든 사회, 경제, 종교적 정체성을 제거하였고 일체적인 크메르 종교, 크메르 예술, 크메르 가족관계, 크메르 사회 계층 구조에 복종하도록 강요함으로서 개인의식을 체계적으로 파괴시켰다. 그 결과로 전 국민의 1/3에 해당하는 200만 여명이 기아, 강제 노역, 질병, 고문, 학살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는 1975년에서 1979년 사이, 민주 캄푸차정권 시기에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즈라는 무장단체에 의해 저질러진 학살을 말한다.5
1979년이 되어서야 베트남 군의 개입으로 KR가 태국 국경 근처까지 쫓겨나게 되지만, 그 이후에도 베트남과 KR간 전쟁, 캄보디아 내전은 계속되었고 결국 1991년 파리 평화 협정으로 유엔의 임시통치가 시작되었다.1 그 이후내전이 종결되고 정치적으로 안정 되어가고 있지만, 오랜 내전과 KR에 의해 자행된 범죄와 학살로 인한 캄보디아 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개인적, 사회적 삶에 세대를 거쳐 지속되어오고 있다.
캄보디아인의 정신건강 관련 연구는 크게 연구 대상과 심리 증상 유형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심리증상의 경우 전반적인 정신건강 실태조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 PTSD)를 중심으로 한 불안 장애, 우울증상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인들이 두드러지게 보고해 온 신체 증상, 사회적 차원의 집단외상과 관련된 분노, 복수심, 수치심 뿐 아니라 모멸감, 정의(justice) 등에 대한 연구들이 있으며, 연구 대상의 경우 피난민, 내국인, 이주민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거나 아동기, 청소년기, 노년기 등 연령에 따른 집단 구분, 부모-자녀 관계 등을 중심으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집단 외상으로 인한 정신 증상

정신적 문제 발현의 배경
집단 학살과 같은 사회적 차원의 외상 사건은 타인을 포함한 세상에 대한 신뢰와 정의로움에 대해 개인과 사회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기대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며 이는 개인외상의 영향과는 구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4 이 때문에 광범위한 심리적 문제를 낳을 수 있으며 집단, 사회 전반의 위험요인이 되기도 한다.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 사는 캄보디아 피난민 993명을 대상으로 KR 집권 전후 외상사건이 기능적인 건강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력을 측정한 Mollica 등6의 연구에 따르면 KR 집권 동안 피난민들의 85%가 기아, 물, 쉼터, 의료시설의 부족, 정신개조, 강제노역을 경험하였고, 54%는 가족이나 친구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하였으며, 36%가 고문을 직접 당했다고 보고하는 등 피난민 대다수가 직접적인 외상 경험이 있었다. KR집권이 끝난 1980년 이후로 가족이 살해되는 일, 두부 상해, 강간과 성폭행은 5%가 감소하였지만, 계속 지속되는 전쟁 상황, 폭격 등의 외상경험은 KR와 피난 기간 동안과 거의 비슷했고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다. 특히 흥미 있는 것은 1989년에서 1990년 사이에 80% 이상이 우울, 건강이상, 신체적 고통을 보고하는 등 KR 집권 동안이나 그 직후보다 신체, 정신건강 문제를 보이는 정도가 상당히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87.5%가 현재 건강 수준이 매우 낮다고 보고했으며 20%정도는 3개월 이상동안 일상 활동에 제약을 가할 정도로 건강이 나쁘고 지난 한달 간 심각한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사회적 기능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총 993명 중 972명에 해당하는 이들이 불교신자로서 종교적 신념을 유지하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그 중 30%는 고아, 노인 등 불운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이나 문화적 전통에 따라 노인들, 장애인, 고아들을 돌본다고 하였다. 비록 이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정부분은 이와 별개로 사회적 기능이 상당 수 건강하게 유지된다는 점은 개인의 사회적 적응을 돕는 요인들이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울, 불안 및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사회적 차원의 집단 외상의 경우 그 외상 사건이 종결된 이후 우울, PTSD를 포함한 불안장애, 신체적 고통 등 증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Stober7은 미국 대서양 연안에 정착한 캄보디아 피난민이 초기에는 피난민 사회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다른 이주 집단과 유사한 정착 과정을 따르는 것으로 보였으나, 정착 후 4~12개월부터 여러 정서 문제를 많이 나타내기 시작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적 문제가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 적응하려는 시도 때문에 야기된 스트레스가 아니라 이주 전에 겪은 외상 사건 때문이라 언급하였다. KR의 통치 하에 있다가 미국 대서양연안으로 피난 간 993명의 캄보디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이 우울감을 보고하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가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한 캄보디아인들이 보고한 심리 증상들 중 약 55%가 서양의 우울증 진단에 맞았으며 15%는 서양의 PTSD 준거에 적합했다.8 이처럼 KR집권이 종결된지 수개월 이상 지난 후에야 캄보디아인들의 증상보고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는 이들의 신체, 심리적 증상을 좀 더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장기적인 정신건강 실태 조사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서양의 임상표본 대부분이 재경험, 과각성, 회피 등 PTSD의 대표적인 세 가지 증상을 모두 보고하고 있는 반면, 캄보디아인 임상집단은 회피를 제외한 PTSD 증상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즉, PTSD의 대표 증상 중 회피는 캄보디아인에게서 두드러지게 보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PTSD와 관련이 깊은 해리 증상 역시 문화적 민감성이 크며 문화권에 따라 해리 증상을 보고하는 정도와 그 심각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동양 문화권에 속하는 캄보디아인을 대상으로 확인한 해리증상을 서양 집단과 비교해 볼 필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9 이는 서양과 동양의 임상집단이 서로 다른 외상 증상을 경험하거나 증상의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따라서 문화권에 따라 가장 두드러진 외상 관련 증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증상들이 문화 특성인지, 생존 위협과 더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또한 캄보디아인의 정신건강 연구에서도 서양의 진단과 측정체계가 아니라 문화적 요인을 고려한 체계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상으로 인한 캄보디아인의 우울, 불안 증상이 주로 신체적 고통으로 경험되고 표현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50명의 캄보디아 피난민들의 외상 경험, 현재 PTSD 증상, 해리, 우울 증상 유형을 베트남 참전 미군 생존자 중 PTSD 환자의 결과와 비교한 Carlson과 Rosser-Hogan10의 연구에 따르면 캄보디아인 생존자의 PTSD 증상 수준이 미군 생존자의 점수 범위 내에 있지만 PTSD와 관련된 불안의 하위 증상 중 두통, 안절부절못하는, 현기증 등에서, 우울의 하위 증상 중 수면문제/걱정 많음, 입맛 없음 등에서 가장 점수가 높은 것이 미군 생존자 집단과의 차이라고 하였다. 물론 신체 증상이 PTSD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캄보디아 킬링필드 생존자들이 미군 생존자에 비해 PTSD 핵심증상을 많이 보고하였다는 것과 신체 증상 수준이 더욱 높다는 점 등 세부내용에서 캄보디아인 생존자와 미군 생존자의 PTSD 증상에 차이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Uehara 등11은 캄보디아 1, 2세대의 경우 직, 간접적인 고문, 강제노역, 질병으로 실제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신체증상이 전적으로 심리적 고통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며 따라서 외상으로 인한 심리 증상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결과가 동양과 서양의 PTSD와 관련 증상 유형과 수준에 유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인종 학살 사건 특성 상 신체적 상해와 고통이 실제 더욱 심한 것인지, 아니면 캄보디아인들의 역사, 문화 특성이 반영된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분노 및 복수심
학대나 집단학살과 같은 외상 사건은 신체 상해나 생명을 잃을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갖게 하고 그 결과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하기 쉽다. 또한 외상생존자들에게 있어서 분노감정은 외상사건 종결 후에도 과거 경험한 외상 사건을 회상하도록 만드는 촉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PTSD 관련 연구들은 분노에 관심을 가져왔고, 분노가 PTSD 유무와 관련이 깊고, PTSD 증상 심각성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12
한편, 외상으로 인해 유발된 분노는 분노경험을 하는 개인을 내적으로 고통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 보복하려는 공격행동을 낳기 쉽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족 중심 문화를 가진 캄보디아에서는 오랜 내전과 학살을 겪은 외상 생존자들이 자신의 분노와 증오를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해소하려는 경향이 더욱 높고 이 때문에 외상 생존자들이 회복을 위한 지지체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Hinton 등13은 KR정권 당시 외상을 직접 경험한 미국의 캄보디아 피난민들 중 정신과에 방문한 143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PTSD 증상과 가족을 향해 화를 내는 것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절반정도는 지난 한 달간 자신의 배우자, 이성 친구 등의 "의미 있는 타인", 특히 아이들에게 분노를 직접 해소하려는 행동이 많았다고 보고했다. 또한 대가족에 비해 핵가족에서 보이는 분노표출은 더욱 심각하며, 분노를 보인 후 심한 가슴 두근거림을 경험하는 등 극심한 신체적 각성을 동반한 이들이 91% 정도가 되었다. 더욱 문제는 이들이 화를 낼 때 과거 외상사건을 회상하게 되고 신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녀가 분노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면서, 자녀와의 문화적, 언어적 차이가 갈등과 충돌, 분노를 일으키는데 주요인으로 여겼다. 물론 이 연구는 다른 문화권에 정착해야만 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한 피난민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학살과 내전을 직접 겪은 부모 세대의 외상으로 인한 취약성이 세대 간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높았다는 결과는 캄보디아 외상연구에 시사점을 준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PTSD 진단을 받은 동남아시아 피난민들이 동일 진단을 가진 서구인들보다 표현된, 경험된 분노반응 지표 모두에서 유의하게 더 높은 점수를 보였음을 언급하면서 분노가 외상사건을 겪은 동남아시아 피난민들의 정신병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하였다.12 정신과를 찾는 캄보디아 피난민 연구에서 PTSD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은 분노할 때 공황장애 준거에 적합할 정도로 신체적 각성을 유발하였으며, '목 혈관이 파열될 것이다'와 같이 분노를 유도하는 신체화 증상에 대한 파국화 사고가 심했다.
분노는 PTSD 주요 증상의 하나이며, 집단 외상 사건이 실제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에는 분노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13 가족단위에서 외상 피해자들 사이의 분노의 영향력에 대한 소수의 연구에서는 분노가 배우자에게 직접적으로 향해있다고 보고되어 왔지만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향하는 분노의 영향은 검증된 바가 거의 없다. 외상화 된 가족단위에서 분노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외상화 된 피난민들 사이에, 가족과 관련된 분노가 임상적으로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하며, 어떻게 가족-관련 분노가 외상-노출된 집단들에서 설명되고 확인될 수 있는지, 어떻게 가족 관련 분노가 이러한 집단에서 야기되는지에 대한 점이 있을 수 있다. 또한 Hinton 등13의 보고와 같이 외국으로 이주한 캄보디아 피난민에게 분노유발의 가장 큰 요인이 자녀 세대와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것이었지만, 캄보디아 내국민에서는 어떤 요인이 과거 외상경험을 촉발하는 분노 정서를 유발하는지, 외상 생존자인 부모가 자신의 분노, 화를 어떤 방식으로 주로 어떤 대상에게 해소하는지 등에 대한 집단 간 비교 연구가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 대상의 특성에 따른 차이


성별 비교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전쟁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더욱 취약해 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남녀차이는 어린 시절 KR 정권 하에 전쟁 외상을 겪은 59명의 젊은 캄보디아 성인남녀의 PTSD 증상, 외상 노출, 성별, 진단적 공존 장애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14 연구 결과, 남녀불문 PTSD 진단받은 이들 대부분은(59%) 한 가지 이상의 1축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었으며, 주요 우울증과 일반화된 불안 장애 진단 받은 이들은 대부분 공존 장애가 있었다. 그러나 성별 비교결과, 여성에게만 신체화 통증 장애가 PTSD와 공존하였으며 현재 및 평생 PTSD 증상 모두에서 남성보다 더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쟁과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여성이 신체 심리적으로 더 높은 취약성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유지하고 자녀 양육과 문화 전통의 계승에 있어서 여성의 리질리언스(Resilience)1)가 발휘되어 왔고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다.15 즉, 취약성이 자녀의 심리적 고통과 상관이 높은 것 만큼 이들의 리질리언스 수준도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PTSD 관련, 성별 비교연구들이 취약성 요인을 중심으로 남녀차이를 확인하는데 관심을 가져왔다면, 앞으로는 보호요인에서의 성별차이, 특히 어머니로서 여성이 가지는 리질리언스 요인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연령에 따른 구분은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직접 겪은 세대와 아닌 자녀세대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60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캄보디아 내전과 킬링필드를 직접 겪은 1세대로서 그 신체 심리적 문제는 다른 세대에 비해 유의하게 높고, 그들의 배우자나 자녀들이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실과 애도의 문제와 전쟁 후 신체, 심리적 회복, 생활유지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전통적 가치와 종교적 신념에 의해 부모를 부양하고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강하고 노인들 역시 자녀들이 직접 부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크메르 정권 후 노인들의 안녕을 위해서는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지, 자녀들의 도움을 받는지를 가장 중요한 웰빙(well-being) 지표로 보고 연구되어 왔으며 개입 시에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2 그러나 최근에는 학살과 내전을 직접 격은 1세대 뿐 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와 후손 세대에서도 외상과 관련 심리문제가 높은 비율로 보고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진다. 성인, 아이들과 청소년 집단의 정신건강을 비교한 연구들 대부분은 청소년이 외상사건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고 여긴다.16
KR 당시의 외상사건이 아닌 다른 일들로 심각하게 외상화 된 27명의 8~12세 캄보디아 거주 청소년을 3년간 장기 연구한 결과, 각자의 최초 측정치와 비교했을 때 3년 후에도 구조적 면접과 자기보고 측정치에서 PTSD가 여전히 48%의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었고, 우울 또한 41%가 보고하고 있었다.17 청소년 집단 자체가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해 취약한 집단이기는 하지만 캄보디아 청소년의 심리문제 심각성과 지속기간을 이해하는 데는 이들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성인의 개입과 지지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부모의 역할은 청소년의 심리고통과 일탈에 중요한 보호요인일 수 있는데 캄보디아의 경우 부모세대가 KR 하의 집단 외상사건을 직접 겪음으로서 우울과 불안, 무기력과 무망감 등 여러 신체, 심리적 문제를 앓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보호요인으로서 기능하기 어렵다. 따라서 연령 집단에 따른 연구는 1세대 뿐 만 아니라 이 후 2, 3세대에 이르는 장기조사를 통해 외상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다음세대로 전이되는 기제와 간접외상화의 영향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거주 형태(피난민, 이주민 및 거주민)
현재 캄보디아 사회 구성원은 오랜 내전과 학살 등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생존을 위해 강제적으로 외국이나 국경 등지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피난민 집단과 경제적 이유로 자발적인 이주 한 이주민, 캄보디아 국내에 계속 머물렀던 거주민 등 크게 세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연구 용이성으로 인해 거주민 보다는 이주민과 피난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존 연구들이 대부분이며, 피난민들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틀도 어느 정도 구성되어 왔다.6
Bernier(1992)는 피난민들의 문제를 설명기하기 위한 프레임으로서 4가지 스트레스 관련 적응 이론을 발달시켜왔다. 특히 피난민들의 증상이 다른 집단에 비해 수 년 간 지속되고 증상 수준도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연구 결과들은 피난민들이 새로운 국가나 지역에 정착해야 하는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 사별, 지위의 상실, 신체적인 자산 상실, 배우자 상실 등, 새로운 사회 환경, 재정상태 등의 변화, 피난 전에 본국에서 전쟁, 기아, 박해, 고문 등의 외상과 피난 이후 캠프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스트레스 사건을 겪을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로인한 심리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본다.19 그러나 이런 이론적 틀은 피난민 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하며, 실제 거주민, 이주민, 피난민 집단 비교연구가 경험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지며 특히 지속적으로 거주했던 주민에 대한 조사와의 비교가 필요할 것이다.

가족과 지역 사회
집단 외상에 노출되면 기존에 있었던 사회 전반의 도움, 사회적 보호망 체계가 붕괴되고 개인에게 직면한 많은 역경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란 좌절감과 무력감을 심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 체계가 취약해지기 쉽다. 사실 집단 외상 경험 후 회복을 위해 제일 중요한 요인은 가족들과 다른 사회 구성원들 간 지속적인 접촉과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돕고 더 나아가 개개인의 일상이 사회 문화적 맥락과 전통적 가치들과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가족 내 특히 부모의 역량과 힘을 강화하는 것이 가족 구성원의 건강한 상호교류를 촉진하고 모든 가족 구성들로부터 스트레스에 적응적으로 대처 할 수 있는 가용한 자원을 이끌어 내는데 중요하다.20 특히 전통적으로 '가족'이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단위였던 가족중심문화를 가진 캄보디아에서 가족 공동체의 역할을 확인하는 것은 외상 후 회복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15 그러나 실제 외상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족 체계 내에서의 사회적 상호교류 패턴, 다차원적이 역경들 간의 상호관계, 사건 후 새로운 환경에서 가족 구성원의 장단기 적응능력이 어떠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부족하다.
Muong21는 정신적 외상 생존자인 부모의 미해결된 외상, 심리 증상이 2세대인 캄보디아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KR 정권을 직접 겪은 32명의 엄마와 경험하지 않은 그들의 자녀 32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스타일과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 스타일, 자녀의 우울, 불안 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엄마의 정신적 외상 증상 심각성, 자녀에게 부모의 역할을 강요하는 양육 스타일, 죄책감을 유도하는 의사소통 패턴 간에 정적 상관이 있었으며 부모와 자녀 간 역전된 역할은 아이의 우울, 불안, 대인관계 문제가 유의하게 정적 관계를 보였다. 또한 엄마의 역전된 역할이 엄마의 정신적 외상 증상과 아이의 우울, 대인관계 문제를 매개하고, 엄마의 죄책감 유도적인 의사소통이 엄마의 정신적 외상과 아이의 우울을 매개하고 있었다. 즉, 엄마의 정신적 외상 증상의 심각성이 그녀의 아이의 심리적 고통수준을 예측하며, 엄마의 증상 심각성과 아이의 심리적 고통 간의 관계가 양육 스타일과 부모 자녀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매개될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는 외국으로 피난한 이주민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향후, 캄보디아 내국에서 동일한 결과를 보일지, 다른 요인을 포함시킨 결과는 어떠한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캄보디아 집단학살 관련 기존 연구들은 가족 공동체의 역할 특히 부모자녀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 동의하며 피난민 부모와 그들의 아이에 대한 임상적 개입을 위해서는 아이의 심리적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체 가족 체계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상실, 애도 등 부모의 해결되지 못한 정신적 외상 문제 뿐 아니라 양육 및 의사소통 양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21,22 내전과 집단 학살로 인해 배우자와 자녀, 친척의 죽음을 경험한 이들이 적어도 80%가량 되는 캄보디아인들에게는 남겨진 가족들의 애도과정을 가능케 하고 상실로부터 회복하고 당장 직면한 생존의 어려움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일이 가족 공동체 내에서 부터 시작되는 작업이 외상 후 회복과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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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의 집단학살 사건 후 35년이 지난 오늘날 캄보디아 킬링필드 사건의 영향과 그 피해, 향후 회복을 위한 시도들에 대해 살펴보는 일은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는 집단 학살, 전쟁 등 때문에 발생한 외상 생존자들이 회복하고 그들의 미래 세대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해결책을 제공하리란 기대와 희망을 위한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다. 또한 캄보디아와 유사한 동아시아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과거 외상을 딛고 회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캄보디아의 경우와 어떻게 다른지, 유사 요인은 무엇인지, 어떠한 사회적 개입이 향후 세대의 정신건강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 것인지 등을 비교하는 일도 집단 외상에 관한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가 건강한 방식으로 외상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모형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서 정리한 기존 연구들의 결과와 향후 연구를 위한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집단 외상에 관한 연구는 집단외상 사건이 가진 개인외상과는 다른 질적, 양적 특징들에 주목하여야 한다. 재해나 재난과 같이 한 시점에서 급성으로 발생한 외상 사건과 달리 전쟁, 학살과 같은 사회적인 집단 외상은 조직화된 외상사건으로서 매우 짧은 기간에 수백, 수만 명의 사람들이 외상에 노출되도록 만들며, 오랜 기간 만성적으로 그 영향이 지속될 수 있고, 사회 전반에 다차원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 효과가 크다. 드러나는 증상은 개개인 외상 사건과 유사해 보일지라도 집단 외상과 개인차원의 외상은 증상 특성, 심각도 등에서 양적, 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 우선, 집단 외상이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은 강간, 교통사고, 폭행 등 개인 외상이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에 비해 특수하며, 집단 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조건을 고려해야한다. 특히 캄보디아 집단 학살 같은 문제는 학살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 몇 십년간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상 기억이 지속적으로 촉발되고 그로인한 재외상화 문제가 크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외상과 집단 외상 발생의 사회적 맥락의 차이는 회복에 필요한 과정 또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적인 예로 개인외상에 비해 집단 외상으로부터 회복은 개인적 수준 이상의 국가적, 사회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1
둘째, 집단 외상 연구를 위해서는 문화 특수성과 유사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기존 연구들은 서구의 진단준거를 사용하여 캄보디아 인의 증상을 진단하거나 연구에 사용된 척도들을 캄보디아어로 번역하지 않고 캄보디아인 대상으로 타당화 되지 않은 척도들을 사용하는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권 문화가 공유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특징 뿐 만 아니라 캄보디아 특유의 전통적 가치와 역사적, 사회 문화적 특성이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피는 문화 간 연구를 통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23,24 이와 더불어 문화권에 따라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외상 후 증상 종류나 심각성에서 차이가 있는지, 그러한 증상들이 문화에 따른 특성인지, 생존의 위협과 더 관련이 있는 것인지, 회복요인에서 차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동아시아권의 외상 생존자들이 보고하는 증상들 대부분은 신체적 어려움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11,25 킬링필드를 최초로 경험한 캄보디아인들도 심각한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음을 두드러지게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과를 찾은 캄보디아 피난민들을 진료한 전문가들은 외상 생존자들이 보고한 통증 증상을 간과하거나 얕보는 경향이 있었고 신체적 고통을 병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생존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과장하는 것으로 여겼다.11,26 이처럼 외상에 관한 사회문화적 이해가 부족하면 외상 생존자들이 처한 현실을 왜곡해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들의 회복을 방해할 수도 있다. 또한 Gong-Guy, Carvens와 Patterson27은 동남아시아 문화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난민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받기를 꺼려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외상 생존자들에게 집단 외상과 그 부정적인 영향, 회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사건이 가지는 사회-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치료자들 역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28
셋째, 집단 외상 연구에 있어서 외상 후 증상 뿐 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리질리언스 요인들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회복 요인으로서 종교적이고 전통적인 사회 문화적인 가치들이 가지는 효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집단원들이 유사한 사회적 조건에서 동일한 외상 경험을 했음에도 외상화 되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리질리언스 요인에 관한 탐색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에 집단 외상 연구는 리질리언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캄보디아의 경우에도 대다수의 피난민들이 높은 수준의 증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사회적 직업적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는 보고가 있다.8 이에 대해 Lee와 Lu30는 캄보디아 피난민들에게 강한 적응 반응을 요구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겪을지라도 치료자들은 모든 피난민들이 높은 비율의 정신적 문제로부터 고통 받을 것이라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실제로는 많은 피난민들이 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리질리언스 반응과 적응을 발달시키고 있으며,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효율적이고 유동적인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캄보디아인의 리질리언스 요인과 그 역할에 대한 연구 또한 집단 외상 후 증상에 대한 관심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외상의 효과를 최소화 하기위한 여러 리질리언스 혹은 보호 요인이 있겠지만, 캄보디아 국민들 대부분은 승려, 산파, 주술사 등을 포함한 전통적인 치료사들, 이들을 통해 전해지는 전통적-문화적 관습이나 종교에 의지하여 고통에 대처해 왔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된 내전과 대학살 이후 캄보디아 사회 관계망이 붕괴됨에 따라 오랫동안 캄보디아 사회 공동체의 정신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공동체 내에서 전통적인 치료자들, 치료 방법들의 지위와 가치도 상실되어갔다.6,28 그리고 이들이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맡아왔던 '치료자'로서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에서 외상사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옴으로서 캄보디아 주민들은 집단외상에 더욱 취약했다. 물론 외부의 원조와 지지로 캄보디아 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 센터나 프로그램이 과거에 비해 많이 구축되어왔지만, 정신장애에 대한 동남아시아 문화가 가지고 있는 낙인효과가 캄보디아 피난민이 정신치료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지 못하도록 하는데다가 외상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병원을 찾지 않고 주술, 민간 치료, 민간 해법들에 의존하려는 경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서구적 관점을 가진 치료자들로 인해 캄보디아의 많은 외상 생존자들은 적절한 개입을 받기 어려웠다.28,31 따라서 캄보디아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치료들, 승려, 자연치유 요법시술사와 같은 대안적 치료자(caregiver)들에 의지해 왔던 역사 배경, 문화적 특수성을 이해하고, 영성과 전통적 가치와 관련한 치료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KR 정권 이후 35년이 지난 현재, 캄보디아의 리질리언스 관련 회복요인을 탐색하고 그 효과를 경험적으로 검증하여 직접적인 정신건강 개입을 시도하는 것에 더욱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이주민, 피난민, 거주민 집단이 경험한 집단외상의 강도, 빈도 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비록 캄보디아인의 광범위한 정신실태 조사는 이루어져왔지만, 구체적인 요인들 간 관계분석, 구조분석 등 심화연구가 부족했다는 점, 장기연구의 필요성 또한 향후 연구를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연구는 캄보디아 본토 거주민의 정신건강 실태를 장기 조사할 목적으로 연구에 사용될 척도를 캄보디아어로 번역하여 대규모 자료를 수집한 후, 척도 표준화 작업을 하여 좀 더 분명한 진단과 요인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본 연구는 이를 위한 예비연구로 현재 Phnom Penh, Batheay, Tang Krassang 세 지역에서 약 600명을 대상으로 자료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 사용된 척도는 KR 학살 전, 후의 충격적 사건여부를 묻는 질문지(The Primary Care PTSD screen, PC-PTSD), 우울, 신체 증상 측정을 위한 정신건강 설문지(Patient Health Questionnaire 9&15, PHQ-9&15), 불안 척도(Beck Anxiety Inventory, BAI), 분노 척도(The Dimensions of Anger Reactions Scale 5, DAR-5), 사회적지지 척도(Functional Social Support Questionnaire, FSSQ), 영성 척도(The functional assessment of chronic illness therapy-Spiritual Well-being Scale, FACIT-Sp) 등이며, 현재 이들 척도를 캄보디아어로 번역을 마치고 일부 대상자들에게 설문을 시행한 상태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킬링필드 1세대 뿐 아니라 2, 3세를 대상으로 한 장기연구를 가능케 하는 첫 단계로 특히 KR 1세대의 신체-심리증상이 다음 세대에 어떤 기전으로 전이되는지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종교, 영성, 가족 단위의 사회적 지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캄보디아 문화특성을 요인으로 설정하여 캄보디아의 리질리언스 연구를 확립해 나가고 이를 통해 확인된 정보를 실제 치료개입에 적용하여 효과를 검증하는 일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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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회복력, 탄력성 등의 한국어 표현이 있으나 모든 의미를 충분히 표현할 수없는 용어로 판단되어 본 원고에서는 원어대로 리질리언스로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