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Report

(5권1호 42-7)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 for Childhood Specific Phobia:A Case Report

소아기 특정 공포증의 EMDR 치료 증례

Hwallip Bae, MD;Daeho Kim, MD, PhD; and Heesoon Jang, MA

Department of Neuropsychiatry, Hanyang University Medical School, Seoul, Department of Psychiatry, Hanyang University Guri Hospital, Guri, Korea

Abstract

Recently,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 was given the status of an approved form of psychotherapy for the treatment of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However, its effectiveness in the treatment of other anxiety disorders such as phobia is yet to be determined given that controlled studies have provided mixed results. This report summarizes the case of a child with a specific phobia (i.e. night-time fear) which was successfully treated with two sessions of EMDR. This result suggests the further and thorough evaluation of this technique for use in childhood phobic disorders. 

Keywords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Phobic disorders;Anxiety disorders;Specific phobia;Child.

FULL TEXT

Address for correspondence : Daeho Kim, M.D., Ph.D., Department of Psychiatry, Hanyang University Guri Hospital, 249-1 Gyomun, Guri 471-701, Korea
Tel:+82.31-560-2277, Fax:+82.31-554-2599, E-mail:dkim9289@hanyang.ac.kr

서     론


  
소아기 특정 공포증은 가장 흔한 소아기 불안장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연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유병률이 소아청소년 인구의 5% 정도로 알려져 있다.1 또한 정신과나 정신보건시설을 방문한 소아 환자의 15% 정도를 차지하며, 이렇게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다른 질환과의 공존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2 성인 특정 공포증의 평균 발병 연령이 7세임을 고려해 볼 때,3 소아기 특정 공포증은 이 시기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대다수 성인기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조기 치료와 개입을 통하여 만성화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지금까지 효과가 입증된 대표적인 치료는 체계적 탈감작, 강화 훈련(Reinforced Practice), 참여 모델화(Participant Modeling), 인지행동치료, 한 세션 치료(One-Session Treatment, OST)가 있다.4 최근에는 아직까지 준거 중심적 데이터는 축적되지 않았지만,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이라는 새로운 단기 치료가 특정 공포증에 사용되고 있다.5 저자들은 2회의 EMDR로 성공적으로 치료된 소아 특정 공포증 일 예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10세 된 초등학생 여아로 내원 7개월 전부터 밤을 무서워 하며 어두워지면 긴장하고 심장이 빨리 뛰는 증세로 내원하였다. 환아는 8개월 전 '괴물'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강만 봐도 무섭다고 하고, 밤에 괴물이 나올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언니와 한 방을 쓰며 같이 잤는데, 증상이 생긴 이후로는 꼭 엄마랑 같이 자야 했고, 밤 1
~2시까지 잠 못 들고 엄마가 손을 잡고 같이 있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낮에는 별 문제없이 학교 생활을 지속했다고 한다.
   환아는 겁이 많고 예민한 성격이었으나 학교에 잘 적응하고 친구도 많은 편으로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고 가족들은 보고하였다. 다만 불안장애에 대한 가족력이 있어 어머니가 공황장애로 정신과 외래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진단적 확인을 위하여 어머니와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판 K-SADS-PL(Kiddie-Schedule for Affective disorder and Schizophrenia-Present and Life Time Version)6을 시행한 결과 환아는 어둠에 대한 공포가 중등도 이상의 불안에 해당되었고, 평소대로 방에서 못 자고, 저녁 이후 혼자 못 있는 등 어두움에 대한 자극이나 상황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런 증세가 지나치다는 것을 환아는 인식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가족관계에는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기 병증은 6개월 이상 지속되었으며, 최종적으로 현재 진단으로 DSM-IV7의 특정공포증, 자연환경형에 해당되었다. 
   환아의 어머니와 상의하여 EMDR을 시행할 것을 권유하였고 치료 목표는 공포 증상의 해소와 이전처럼 자기 방에서 엄마와 떨어져 자는 것으로 삼았다. EMDR 치료는 제1저자가 시행했는데, 정신과 전문의인 치료자는 EMDR협회 공인 Part 2 수련을 받은 바 있고, 성인 환자의 EMDR은 경험이 있었으나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행은 처음이었다. 각 세션은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첫 세션
   EMDR을 시작하기 전 자기 조절 방법을 교육하고 안구 운동의 긍정적 경험을 도모하기 위해 심상유도법(guided imagery)의 일종인 안전 지대 연습(safe place exercise)을 시행하였다. 환아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장소로 자신의 집을 선택하였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이 심상과 관련된 감정과 감각을 탐색하고 안구운동을 통해 강화하였을 때 안정성과 편안함이 잘 유지되었다. 
   첫 세션의 대상은 공포증의 시작의 계기가 되었던 괴물 영화로 설정하였다. 이 목표 기억과 관련된 이미지는 괴물이 사람을 쫓아다니며 잡아 먹는 장면이었으며, 관련된 감정으로 무서움이었고, 신체감각은 가슴의 답답함과 두근거림이었다. 부정적 인지와 긍정적 인지 설정은 생략하였다. 이 목표 기억에 대한 주관적 고통 점수(Subjective Units of Disturbance Scale, SUDS)는 7점이었다. 
   민감소실(desensitization) 단계에서 총 35세트의 안구운동을 진행했다. 처음에 괴물 영화의 장면들로 시작하여 신체 긴장과 불안이 증가하다가, 점차로 감소하여 야간 공포증이 처음 생긴 기억으로 옮겨 갔으며, 이후 가족들과 한강에 놀라갔을 때의 긍정적인 기억망으로 연결되었다. 치료자는 다시 처음 목표 기억으로 돌아가게 하여 재처리를 시행하였으며, 이 때는 곧바로 3세 때 머리를 다친 기억을 떠올리며 다른 연상망(associative network)으로 전이되었고, 이후 제주도에 가족 여행 갔던 기억으로 옮겨 간 뒤 종결되었다. 이는 괴물 영화와 관련된 목표 기억 채널이 효과적으로 민감소실 되었음을 시사하였다. 종결 시 환아의 전반적 상태는 양호하였으나 환아가 보고한 치료 후 SUDS점수는 5점으로 감소 폭이 적은 바, 치료자는 본 세션으로 미완결 세션으로 간주하고 심상 유도법인 light stream technique으로 마무리하였다.

민감소실 단계 내용
   "무서웠다. 괴물이 나올 것 같고" "답답했다" "조금 어지럽다" "긴장된다" "소름 끼친다" "더웠다. 괴물이 뼈를 토할 때가 생각난다" "괴물이 뒤에 와 있는 것 같다" "잡아가는 것 같았다" "장례식 장면" "괴물 때문에 사람들이 괴물을 죽이려다 죽고‥ 피 흘리는 장면" "괴물 말고 다른 영화 장면이 생각난다.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이상해지고 폭력적이 된다" "사물들이 괴물을 죽이려는데 그들 중에 나도 있다" "밤에 잘 때가 생각난다. 그 영화 이후로 무서워서 영화를 안 본다" "식구들이 없고 혼자 집에 있는 장면" "가족들이랑 다 같이 잘 때 무서워하는데, 그 때 아빠가 혼냈다"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생각" "조금 어지럽다. 계속 생각하니까." "손에 땀이 난다. 그 영화 생각 안 하다가 하니까" "가족들이랑 한강에 갔을 때 생각남. 병원 갔다가. 눈에 발자국 만들고 재미있었다." "아빠와 놀 때, 재미있다" "가족들이랑 밥 먹을 때 맛있다(처음 장면으로 돌아가게 함)" 이하 생략, 이후 3살 때 머리 다쳐서 병원 가서 봉합했던 기억, 가족들과 제주도에 여행 갔던 기억으로 연상되다가 종료됨).

둘째 세션
  
환아 자신은 첫 세션 후 잠을 잘 자게 되었고 안 운다고 보고하였으며, 어머니는 환아가 강은 안 무섭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혼자 잠을 못 자고, 어두운 것을 무서워한다고 보고 했다. 치료자는 가장 심했던 공포증 증상과 관련된 그림을 그려보도록 했는데, 환아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의 풍경을 그렸다(Figure 1A). 이 공포증 경험 기억을 대상으로 EMDR을 시행하였는데, 장면은 깜깜한 방에서 땀 흘리는 것이었고, 관련 감정과 감각은 안 좋은 감정과 가슴에 답답한 느낌이었으며, 이 기억의 SUDS는 7점이었다. 
   민감소실 단계는 총 17 세트의 안구운동이 진행되었다. 전반부의 7세트까지는 밤에 불안해 하다가 아침이 되어 학교에 가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긍정적 전환되었는데,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자 우울감과 답답한 신체감각을 호소하였다. 감정이나 신체 감각 표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치료자는 현재의 신체 감각을 그림으로 그려보도록 유도하였다(Figure 1B, 마음에 세균 같은 것들이 와서 더 무섭게 함). 이 상태에서 몇 세트 진행 후 환아는 전사가 되어 괴물을 물리치는 연상을 했고, 5 세트 후에는 왕이 된 것 같다고 하였다. 이 때 다시 그림을 그리게 했는데, 마음이 편해지고 꽃이 피는 장면이었다(Figure 1C). 이후 더욱 긍정적인 강화와 관련된 연상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으로 치료자는 미래에 혼자 잠을 편하게 자는 것을 대상으로 강화시킨 뒤 세션을 종료했다. 치료 후 SUDS는 3점으로 경도의 불안이 남았다고 호소하였지만, 치료자의 임상적 판단에 의해 완결된 세션으로 간주하였다.

민감소실 단계 내용
   "잘 때 덥다" "엄마 혼자 자고 나는 못 자고 있다" "새벽에 눈 뜨니 혼자 누워 있다. 새벽이면 더 깜깜하니까 더 무섭다" "혼자 새벽에 일어나서 TV볼 때 심심하고 다시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온다. 소파에 딱 붙어 있는다" "언니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같이 노는데 기분이 좀 낫다" "학교 갈 시간 학교 가기 싫다. 귀찮다" "학교에서 놀 때, 친구랑 재미있다(첫 장면으로 돌아가게 함)" "우울하고 답답하다(이때 치료자가 현재 상태를 그림을 그려보게 함, Figure 1B)" "꿈이 생각나는데 놀러 갔다가 호랑이를 만났는데 가족들이 나만 두고 가서 내가 호랑이에게 잡혔다. 다시 꿈에서 나올 까봐 걱정되었다." "전사가 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칭찬해 주고" "전사가 되어 괴물을 물리친다, 군인처럼 씩씩하고, 훈련도 많이 받고, 군복입고 총을 들고, 괴물도 피가 안 나게 죽임" "괴물을 물리침, 칭찬 받음. 진짜 괴물을 물리친 느낌이다" "산에 올라간다. 사람들이 아주 작게 보이고 내가 왕이 된 것 같다 (이때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함, Figure 1C)" "괴물 보기 전에 언니랑 편안하게 잤을 때 생각남" "언니랑 잤을 때 언니가 재미있게 해줬다. 같이 안고 잤다(여기서 SUDS를 체크했으며 이때 5점이라 보고했음) 한약을 아직 다 안 먹었는데 이것을 다 먹는 5일 후면 좋아질 것 같다고 보고함. 이 때 치료자는 상상을 통해 잠자는 것을 시행하게 함" "잘 잘 수 있었다, 상상에서 잘 자니까 기분이 좋다. (그림을 통해 전사가 되어 승리하고 칭찬 받는 모습, Figure 1D)" "상 받아서 부자가 된다" "(미래 템플레이트로 혼자 잘 자는 것을 시행함)" 밤에 부자가 되어 엄마와 안 자고 혼자 침대에서 편하게 잔다. SUDS는 최종 3으로 보고하였고 신체 감각은 언니가 많이 웃게 해줘서 잘 잤다고 보고했다.

치료 후
  
자기 보고식 검사 상 소아상태 불안척도8,9가 치료 전47점에서 치료 종결 후 정상 수준인 34점으로 감소하였고, 소아우울척도10,11도 치료 전 15점에서 종결 후 0점으로 감소하였다. 치료 후 환아는 이전처럼 엄마와 떨어져 잠을 잘 수 있었고 밤에 대한 두려움도 감소하였다. 치료 3개월 후 어머니와 전화 통화로 확인한 결과, 환아는 치료 효과를 잘 유지하고 있었으며 특별한 문제없이 지내고 있었다.

토     의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신치료 기법인 EMDR을 통해서 두 세션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소아 공포증을 치료한 사례를 보고하였다. 우선, 이 증례의 진단적 측면을 살펴보면 환아 면담과 보호자인 어머니의 보고를 통해 자연환경형의 특정 공포증에 해당되는 증상과 장애 기간을 파악하였고, 구조화된 면담 도구를 통하여 확진하였다. 고려해야 할 감별 진단으로는 첫째, 환아가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 점에 대해서 소아기 분리 불안 장애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러한 증세가 공포증상이 있는 야간에만 국한되었고, 또 어머니로부터 분리 자체가 증상을 야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아기 분리 불안 장애는 배제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감별 진단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이다. EMDR은PTSD에 매우 효과적임이 입증되어 있기에, 혹시 이 환아의 진단이 PTSD 이거나 혹은 PTSD가 동반된 경우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환아의 과거력 청취 상 외상적 사건은 발견할 수 없었고, PTSD의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는 증상도 부족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실제 상황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아닌 영화를 시청한 것이(예를 들어, 괴물이 사람을 잡아 먹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 PTSD의 진단 기준 A의 외상적 사건 목격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현재, TV나 언론 매체를 통한 간접 노출도 PTSD의 진단기준 A를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여 PTSD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유령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시청한 소아가 PTSD에 발병한 증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12 그렇지만 실제 발생한 사건의 영상을 시청한 것이 아니라, 상상의 산물인 '괴물' 이야기를 통해 PTSD가 야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다가, 환아도 이것이 실재적 위협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어린 아동들은 인지 발달의 특성 상, 상상을 실제처럼 기억하거나 혹은 상상과 실제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또한 환상의 인물(예를 들어, 슈퍼맨, 괴물, 산타클로스, 요정 등)을 더 쉽게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록 자신이 실제 경험한 것이 아닐지라도 상상을 통해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본 증례의 경우, 환아의 영화 시청을 진단기준 A의 조건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PTSD진단에 필요한 그 밖의 다른 증상들이 부족하였고, 또한 괴물에 대한 공포 보다는 밤과 어두움이 주된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PTSD로 진단 내리기는 어려웠다.
   아직까지 EMDR의 특정 공포증에 대한 효과는 준거 중심의 증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단지 3편의 대조 연구만이 발간되었는데 이 연구들에서는 EMDR이 기존의 노출치료와 비슷하거나 혹은 효과가 적은 것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Muris와 Merckelbach13는 성인 거미 공포증 환자를 EMDR, 상상 노출 (imaginary exposure), 치료 대기군으로 나누어 EMDR과 노출 1시간의 치료를 제공하고 회피적 행동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이 세가지 그룹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오로지 이들 환자 모두에 2.5시간의 실제 노출 치료(in vivo exposure)를 했을 때만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 Muris 등14은 소아 거미 공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EMDR과 실제 노출을 각 1세션씩 교차로 시행한 결과, 자기보고식 검사와 생리학적 지표 상에는 치료 효과의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회피 행동 지표에서만 노출치료의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그룹의 1998년 연구15에서도 소아 거미 공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2.5시간의 EMDR과 실제 노출을 비교하였는데, EMDR에선 자기보고 상의 호전만 있었던 반면, 노출치료는 회피 행동에서도 호전을 보여 노출치료의 우수성을 다시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가 모두 동일한 연구진에 의해 수행되었고, 대상이 거미 공포증에만 국한되었으며, 회피 행동을 측정한 도구자체가 실제 노출 치료에 유리하게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이 연구들이 제공한 EMDR치료가 전체 공포증 프로토콜의 일부 단계로만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치료의 타당도나 충실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16 따라서 위에 제시된 연구 결과만을 가지고 공포증 치료에 있어서 EMDR의 치료 효과를 분명하게 타당화, 일반화할 수는 없겠으나, 현재로서는 적어도 EMDR이 공포증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치료 기법 중 하나로 제시될 수 있을 만한 최소한의 지지는 얻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증례는 특히 자연환경형의 특정 공포증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저자들이 아는 한, 이 아형에 대한 EMDR 증례보고는 처음이다.5 일반적으로 공포증의 EMDR 치료는 PTSD의 외상 프로토콜과는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하는데, 전체 6단계로 이루워져 있다(1단계:자기 조절 기술 가르치기, 2단계:공포증 경험과 관련 자극, 신체 감각의 재처리, 3단계:미래 행동을 위한 긍정적 템플레이트 투입, 4단계: 행동을 위한 계약, 5단계:총 순서를 metal videotape화 하기, 6단계:세션 간에 나타난 목표를 재처리). 그러나 동물 공포증과 같이 공포 대상이 단순한 경우, 즉 대상이 한 가지에 국한되어 있고 환자의 복잡한 행동이 관여되지 않는 경우는 1
~3단계만으로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고 Shapiro는 주장하였다.17 이 증례의 경우에도 상기한 6단계 중 3단계만을 시행하였으나 환아의 공포증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 증례는 또한 원 프로토콜에 제시된 2단계의 과제 여섯 가지 중 두 가지에 해당하는 공포증 기억만을 대상으로 처리했다. 이들 여섯 가지 과제는 각각 처음 두려움을 경험할 때, 가장 심한 경험, 가장 최근에 경험한 것, 관련된 현재의 자극, 신체 감각이나 공포의 다른 표현을 다루게 되는데,17 환아는 두 가지 대상만을 재처리하여 의미 있는 증상의 호전을 보게 되었다. 이처럼 빠른 증상의 호전은 아마도 비교적 짧은 세션 수와 세션 유지 시간에 반응하는 소아 EMDR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18 실제로도 성인의 경우 한 세션 당 90분이 소요되는 반면, 소아는 평균 45분 소요되며, 한, 두 세션만에 주 증상이 해소되는 경우도 종종 관찰된다.18 그러나 최근 기존의 인지행동치료의 변형인 OST에서도 2시간 반에서 3시간 걸리는 한 세션 내에 특정 공포증을 성공적으로 치료된다는 보고가 있어,19 본 증례에서 총 2시간 정도 의 치료 시간이 소요된 것이 EMDR만의 우수성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그렇다면 기존의 노출 기법을 사용한 행동치료들과 EMDR은 어떻게 다른가? 첫째, 전자는 공포를 야기하는 자극에 집중을 하지만, EMDR은 공포 반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던 사건의 기억에 초점을 둔다. 둘째 전자의 경우엔 환자가 공포자극에 계속 집중한 상태로 있어야 가장 효과적인 반면, 후자는 공포자극이나 기억에 계속 집중하게 하지 않고 곧바로 자발적인 정신적 연상을 따라가게 한다. 또한, 공포 자극으로부터 거리를 두게끔 유도한다. 이런 점들은 EMDR의 치료효과가 습관화(habituation)라는 행동치료의 모델을 따르지 않음을 시사한다.7 이 증례에서도 공포증이 처음 생긴 계기가 되었던 사건(영화)과 가장 심한 공포증의 기억을 대상으로 하여 재처리를 하였고 이를 통해 증상의 해소가 이루어졌다. 외상적 기억의 처리와 마찬가지로, 공포증과 관련된 기억도 공포증 생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특정 공포증의 가장 좋은 치료는 실제 노출치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EMDR은 실제 노출치료와 비교해서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는 실제로 불안을 야기하는 자극에 직접 노출하는 것 보다 환자의 불편감과 고통이 적다는 점이고, 둘째는 실제 노출에 필요한 여러 장비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5 따라서 EMDR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공포증에 좋은 치료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중요한 유발인자가 실제 상황에서 재현되기 어려운 경우, 공포 자극을 실제로 획득하기가 어려운 경우(예를 들어 비용이 많이 들거나, 투여하기가 어렵거나 위험한 경우), 환자가 자극 노출에 저항하는 경우, 공포증 생성과 관련된 확인 가능한 뚜렷한 경험적 사건이 있는 경우, 외상과 관련된 공포증 등이다.5,20 이 증례의 경우에도 실제 노출 치료를 시도한다면, 밤과 관련된 조건을 설정하고, 영화와 관련된 자극 상황을 찾아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과 환아의 노출에 대한 회피 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증례의 한계점은, 증례 보고가 가지는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성, 환자-치료자 관계의 비특이적 요인에 의해 증상이 완화되었을 가능성, 장기적 추적관찰이 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며, 이는 향후 대조군 연구와 장기 추적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증례의 중요한 시사점은 치료자나 환자의 부담 없이 비교적 짧은 시간의 EMDR만으로도 공포증 증상 호전을 가져 왔다는 점이다. 앞으로 공포증의 EMDR치료는 대조 연구를 통해 보다 다양한 공포증 아형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공포증의 프로토콜을 충실히 이행하고 여러 가지 결과 지표(예를 들어 정신생리검사, 치료자 면접 검사)를 포함한 효과 판정 시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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